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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윤동주 -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걸을 찾는 까닭입니다.
- 출처: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요즘들어 윤동주의 시를 다시 보게됩니다.
윤동주의 시는
애국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배웠지만
그 배경을 무시하고
그냥 한 인간으로서 그의 시를 읽으면
그저 스스로의 인생길을 돌아보게 합니다.
애국의 마음으로 해석하면
잃어버린 것은 나라이고
나라를 찾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돌담이며
삶의 이유는 나라를 찾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몇십년을 살아온
보잘것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나에게
잃어버린 것은 나의 꿈이요,
그 꿈을 이루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나를 둘러싼 수많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삶의 이유는 잃어버린 꿈을 찾는 것이겠으나
나는 여전히 돌담에 갇혀 더이상 그 길을 나아가지 못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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